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책을 덮었다. 덮었다는 표현이 맞다. 책을 읽었다고 하기엔 머리에 남은 것이 없고, 다시 읽는다 한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그 '형체'를 알아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실루엣이라도 잡아볼 요량이면, 의 배경을 알아야했다. 사실, 인간 개인의 삶을 뒤져보면 대부분 시대에 순종적이다. 정치와 사상에 분개하고 세상의 뉴스에 휘둘리는, 머릿속에 격랑은 있을지언정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대승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인간은 순종적이지 않다. 문화와 사상, 정치와 이념, 종교와 철학 등등은 유행이 있었고, 인간의 변덕 때문이든, 무조건적인 반항심 때문이든 다른 유행이 만들어지면 그 시대의 인간들과 함께 잊혀졌다. (종교는 잊혀졌다기 보단, 점점 적합하게 변해왔다는 편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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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 반 산트(Gus ban Sant) - 엘리펀트 (Elephant, 2003)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던 그날, 한국 국적의 '조승희'가 범인으로 밝혀진 순간, 온 국민들의 위축되었던 그 모습들이 기억난다. 마치 자신의 친구, 가족, 또는 이웃이 그런 잘못을 저지른 양, 총기 소유가 합법인 미국이란 나라에 제대로 삿대질 한번 하지 못했다. 사실, 캠퍼스내 총기난사 사건은 버지니아 공대가 처음은 아니다. 1966년 텍사스주 텍사스 대학 구내에서 찰스 휘트먼이, 1998년 아칸소주 요네스보로의 웨스트사이드 중학교에서 두명의 중학생이, 1999년 콜로라도주 리틀톤 컬럼바인 고교에서 2명의 고교생이... 여러 동료 학생과 교사를 살해했다. 마지막 언급된 컬럼바인 사건을 처음으로 영화로 만든 것이 볼링 포 컬럼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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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조페(Roland Joffe) - 미션 (The Mission, 1986)
-이 영화는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재앙은 종교로부터 출발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재앙은 늘 잠재되어 있으며, 오로지 하나씩 발견될 뿐이라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언제 발견되느냐에 따라 그 가해자는 종교도, 사상도, 철학도, 사람도 될 수 있는 법이라고... 한 친구는 종교를 가리키며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실패할 수가 없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드는 욕망이고, 자아는 personality의 집행자이며, 초자아는 양심이라고 한다면 종교는 부모처럼 꾸중하기도 하고, 보상하기도 하는 초자아에 자리잡고 앉기 때문에 늘 승자일 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또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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