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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빌로우 허 (Below Her Mouth, 2016), 콜미바이유어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이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비꼬려는 건 아니지만

발로 쓴 시나리오라고 해도 관객들이 정신놓고 영화관을 찾을 법한 

너무도 월등해서 성별이 의미가 없는 배우들의 출연이 그 첫번째다.

 

 

 

에리카 린더 (Erika Linder) 174cm

 

 

 

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 182cm

- 최근 우디앨런의 신작 촬영을 마쳤는데,

우디앨런이 하비 와인스틴을 옹오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영화로부터 아무런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다며 출연료를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아미 해머 (Armie Hammer) 196cm

 

 

 

외모가 한편의 영화가 되버리는 배우.

이런 영화는

엔딩과 동시에 스토리는 없어지고

감정이입은 커녕 스스로가 네안데르탈인처럼 느껴지는 절대적 박탈감을 준다.

 

저 배우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감독은

매우 영악하거나, 매우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다.

흥행은 못해도 손익분기점은 넘길테고, 스토리가 똥이어도 화제가 될테니

묻어가기 좋을 것이다.

감독 스스로는 묻혀버릴 각오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Below her mouth>의 경우는 제목부터가 묻어가겠다고 작정한 영화다.

작품성, 각본, 감독, 연출 등등의 잣대로 영화를 보지 말라는 경고 같은 문구.

영화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그냥 대놓고 선정적이다. 즐겨라. 퀴어물이지만 불쾌하지 않을 것이다.

에리카가 나오니까...

끝.

 

최근 퀴어물에 나오는 여자 배우들도 다들 예쁘고, 연기력도 좋았지만...

사실 섹스신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살이 찌뿌려졌다.

감정보단 힘을 쓰는 느낌이랄까...

애쓰는 배우도, 보는 관객도 모두 지루하고 긴 섹스가 빨리 끝나길 바랬다.

하지만 <빌로우 허>의 경우

굴러다니는 어디선가 백만 번은 본 듯한 시나리오지만

선정적인 장면들은 적당히 담백했음을 인정한다.

 


100년에 한번 날까말까한, 남성 의류모델을 하는

그냥 요리조리 뜯어봐도 안잘생긴 부분이 없는 여자가

섹스하는 영상이란,

<파리가 더럽고, 소매치기 많고, 화장실 없고, 지하철 냄새나고 어쩌고 저쩌고 해도

에펠탑 야경 한번 보는 것으로 여행의 의미를 찾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Call me by your name>은

아예 둘다 어찌 해보려고 작정한 영화다.

배우들에게 묻어도 가고, 어찌 잘 해서 작품도 소문이 나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OST를 신경 쓴 부분은 인정된다.

 

하지만

원작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이란 책은...

정말이지 (도리도리) 절대 추천하지 않겠다.

영화의 감동이 1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마저 깡그리 없애는 재주를 부린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걸 강제로 알려주는 듯한 엘리오의 1인칭 시점은

찌뿌드드하고 괴롭기까지 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섹스' 같은...

 

2007년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쓴 제임스 아이보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에 있는 이들의 알몸신이 나오지 않은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7살 엘리오의 나체를

24살 올리버의 나체가... 그것도 196cm 거구....

워우워우...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에,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은 관객의

머릿속에 직접 영상으로 집어넣지 않은 건

OST 다음으로 칭찬할만 하다.

 

 

<빌로우 허>보다 좀 더 나은 이유는 또 있다.

끝판왕 배우들을 끝판왕 배경에 가져다 놓은 점이다.

1983년 북부 이탈리아.

더이상 그 시대의 이탈리아를 여행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이탈리아를 간다면 반드시 이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다이아몬드로 반지를 세공하면서

감독은 최고의 반지를 내놓겠다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배우들이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았다. 나를 만나기 전까진...'

뭐 이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다이아를 발견한 건 어느 부분 인정되지만

대단한 건 다이아 자체니 너무 우쭐할 필요 없다고...

 

어쨌든 속편이 나온다니 2020년을 기다려보자.

물론 그렇고 그런 시나리오겠고,

늙은 그들의 연애는 신선도가 떨어질테지만,

보러가겠다.

 

네안데르탈인에게도 눈요기는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