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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브릿 말링(Brit Marling) - 이스트(The East, 2013)

 

주연이 브릿 말링이 아니고 엘렌 페이지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영화.

 

하지만 어쩌랴... 커밍아웃마저도 귀여워져버린 엘렌의 인지도는 식지 않고 급상승 중인 것을...

 

(느닷없는 키스신도 의도된 양념인 듯...ㅋ)

 

 

 

 

잠시 엘렌...얘기가 나온 김에...^^

 

 

여배우가 영화 내내 극도의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규정된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1인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열정의 잉여분이 많은 20대라는 것은 알지만,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거다.

 

지구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그녀가, 옷차림이 여배우답지 않게 너무 수수해서 파파라치 기운 빠지게 하더니

울먹거리며 커밍아웃마저 감행해버리는 바람에... 그녀의 쳐진 눈을 볼 때마다 조바심이 난다고 할까...

 

뷔페에 가서 샐러드를 먹기 전에 스테이크를 먼저 먹은 것처럼.. 맛은 있지만 순서가 바뀐 느낌...?

 

내가 브릿 말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사적인 눈빛이 없어서이긴 하지만,

 

Sound of my voice에서 각본, 주연을 맡았던 그녀가 너무 진지해져버린 탓에 김이 세어버리긴 했다.

뭔가 가르치려는 의도는 빈약한 스토리를 방해했고,

쓸데없이 삽입된 지렁이 연하 장면 때문에 이미지가 분산되어 좋은 반전을 가지고 있음에도 집중도가 떨어졌다.

 

 

손으로 많은 것을 움켜쥐었으나, 손 안에 남은 모래가 전부이고, 그조차 곧 흩어져버릴테니

결국은 많은 것을 쥐려고 했던 의도와 그 어떤 것도 쥐지 못한 기억만 남을 뿐이라는 것을 아직은 모르는 게 아닐까...

(이걸 알 정도로 나 벌써 늙은 건가...ㅜ.ㅜ)

 

 

각설하고...!

 

 

 

 

The East는 브릿이 포텐을 터트리는 영화였다.

 

엘렌 페이지도 보이지 않고, 학창시절 날 열광케 했던 Julia Ormond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늙어서가 아니라... 사실, 늙어서도 아름답지만...

브릿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주변인들이 모두 Fade out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까닭이다)

 

스토리를 보자면,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테러리스트와 환경의 문제를 잘 섞어보려는 시도가 있었고,

느린 전개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적절한 공감을 주었다.

환경이란 주제가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늘 거룩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때론 폭력도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잠시 얘기해보자면,

임신의 10% 이상은 유산이 되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도 5%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건강한 신체조차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질병이 생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회 역시 제 아무리 건강해도 일정한 비율로 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신으로부터 받은 원죄 때문일 수도 있겠고,

멘델의 법칙에서처럼 형질을 결정하는 열성 물질 때문에 주름진 완두콩이 발현되어서일 수도 있다.

 

가끔...

악을 벌하는 수단으로 잠시 악을 행하는 것은 

대부분 거창한 명분이 있으므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악의 자연발생적인 일정한 확률에 대해...

 

악을 악이라고 지칭하거나 고발하는 단계를 넘어서

법의 테두리를 지나, 스스로 처벌하려고 든다면 이는 또다른 악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고...

인위적인 악...마저 사회에 만연해버리면... 결국 그 사회는 정화능력을 잃어버리고 말 테니까...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가장 '신'적인 제도가 법이 아니던가..

우리의 자유를 담보로 그 권한을 주었으므로, 적어도 처벌에 관한 한은 법의 논리를 지켜야 한다.

 

안락사와 마찬가지로...

 

 

억울함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변화를 이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것이 내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사라가... 벤지를 따라 떠나지 않고 마지막 잼을 수행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