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우리 의사 선생님 (Dear Doctor, 2009)




일본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인 나로서는 영화가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크게 심호흡을 해야했다.

잔잔한 여백으로 배경을 삼아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어 놓고 꼭 마지막에 뒤통수를 후려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쇼후쿠테이 쓰루베


"나는 지금 면허가 필요없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프로인가, 프로가 아닌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남이 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면허를 가져야만 하는 일이다. 이노로서는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늘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하는 나와 닮았다."  - 씨네21과의 인터뷰 중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이 영화가 쓰루베에게 묻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어 기용하는 게 부담이었다고 하지만

우습게도 그는 대본도 보지 않고 단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다운 답변이다.

"쉴새없이 공이 날아오지, 날아오니까 치고, 쳐내니까 또 날아오고...그런 일의 반복이지...
 
그래도, 한번 쳐내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다시 그럴 마음이 생기고, 빠져들어서... 빠져들어서 마구 공을 쳐댔더니

그러는 동안에 모든 걸 잊어버려서 말이야..."

우연한 기회에 의사로 오해받아 의사로 살게 된 이노...

시골 마을에서 환자를 보는 것을 공이 날아오는 것이라 비유했지만,

그 비유에 모든 것이 있다. 이노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의사들이 '의사'로 사는 이유...

<신기하게도... 다시 그럴 마음이 생기고... 빠져들어서...>

거창하게 윤리의식 따위를, 사명감 따위를 자격증 앞에 내미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가짜'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미려는 사기꾼이다.

개인으로서는 힘들고, 지치고, 여유가 없는 일임은 틀림이 없는데도 다시 그럴 마음이 생기는 무언가...

돈만 밝히는 의사들에게도 그 무언가는 가슴에 있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가짜인 이노에게도... 그 무언가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리츠코>역을 맡은 하루카의 말...

 "만일 제가 가지 않았다면, 그는 그 이후로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건지... 가끔 생각해보곤 해요.

 그 선생님이셨다면 어떤 식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렸을지..."

리츠코는 유능한 의사였지만,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병실 한 켠을 내어주는 정도밖에...


다시 그럴 마음이 생기게 되는 '치유'의 기쁨은

다시는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한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다.

리츠코는 그 고통을 외면하느라, 제 어머니의 손조차 잡아 주질 않았다.


그런 면에서...이노는 의사 면허가 없지만, 정작 의사로서의 자격을 지녔다.

한계에 부딪쳤을 때,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영화가 밝혀내려는 것은 이노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이노에게 가진 믿음의 정체다.> -씨네21의 강병진 리뷰 중


우리 모두 '이노'처럼

마음가짐을 Sympathy에서 Empathy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시끄러워지겠지만, 따뜻하고 정감가는 '이노'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기도 한데...^^
 

 

 

'Movie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 바이 (Good & Bye, 2008)  (0) 2014.01.10
아담 (Adam, 2009)  (0) 2014.01.10
원위크 (one week, 2008)  (0) 2010.10.28
케이 팩스 (K-PAX, 2001)  (0) 2010.10.27
당신은 잭을 모른다(You don't know jack, 2010)  (0) 201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