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
<1997년 사망한 프랑스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가 병상에서 쓴 자전적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장 도미니크 보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은 1995년 12월8일 금요일 오후, 아들과 드라이브를 하던 중이었다.
20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의식은 멀쩡하지만 전신은 마비상태인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
그에게서 자신의 의식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왼쪽 눈꺼풀뿐이었다.
잠수종과 나비...
아무것도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그는 깊은 바다속, 잠수종 안에 갇힌 신세와 같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에 불과함을...
눈을 감으면, 자신의 상상력은 어느덧 나비가 되어 세상을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출판사 직원이 알파벳을 읊기 시작하면 그 중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왼쪽 눈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운 그는 1년 3개월 동안 20만 번 이상 눈을 깜박여 130페이지의 수기 <잠수종과 나비>를
1997년 3월에 출간해냈고, 책이 출간된 바로 그 주에 죽었다.
왜 줄리앙 슈나벨은 이 영화를 감동의 휴먼 드라마로 만들지 않았을까...
협소한 앵글, 과도한 클로즈업, 흐린 초점에 흔들리는 영상들...
<빌리지 보이스>는 이를 두고 '이미지의 난교'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감독은 관객을 장 도미니크의 시선으로 옮겨 놓음으로 인해
'장애'에 대한 인식에서 관객의 연민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었던 것 같다.
"Improved resuscitation techniques have now prolonged and refined the agony."
(발전된 소생기술이 고통을 더 길고도 정묘하게 만들더군요.)
"....but this man--who spent his days peering into people's pupils--was apparently unable to interpret a simple look."
(그러나 이 안과의사는 종일토록 사람들의 눈동자만 쳐다보고서도 나의 호소어린 단순한 눈동자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전화 한 통이...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듣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찡한 이유는 뭘까....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우린 한 배를 탄거야...
난 아파트에 갇혀서 일어날 수도 계단을 내려갈 수도 없어.
92살이 되면 4계단도 무리야. 우리는 똑같이 감금됐어. 넌 네 몸에, 난 내 아파트에..."
그리고 난 묻는다.
그는 과연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모든이에게 귀감이 될 정도의 감동적인 삶을 살았는가...
죽고 싶은 의지가 있다한들, 혀 하나 깨물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우리처럼...
잠수종에 갇히지 않은 채 나비처럼 살고 있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 내에서 가장 그답게 1년을 살다갔다.
우리를 뒤돌아 보게 하는 건... 그의 삶이 아니라... 나비의 자유를 가지고도 잠수종에 갇힌 사고를 하는 우리 자신이다.